안철수와 샌더스·잡스는 대체 어디가 닮았나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대표는 4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샌더스와 내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망언했다. 안철수 후보는 이 자리에서 샌더스를 언급하며 “위대한 혁명의 조짐을 봤다”  “대한민국에서도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려는 새로운 정치세력에게 분노를 통한 행동으로 참여함으로써 변화가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월 스트리트에 대해 해체 수준의 강력한 규제를 요구하는 샌더스와, 새누리당의 ‘원샷법’ 처리에 협조하며 기지개를 켠 안철수의 행보는 아무리 봐도 닮은 데가 전혀 없다. 오마이뉴스, 레디앙 등 진보지는 즉각 부정적인 반응을 쏟아냈고,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도 “공부 안 하고 성적이 좋기를 바라는 이상한 학생관”이라며 맹렬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오직 내 혁신안만이 옳다는 유아독존의 정신으로 민주당을 떨치고 나아갔던 국민의당 최고존엄 안철수 상임대표가 허언을 했을리가 없다. 무엇이 안철수로 하여금 자신이 샌더스를 닮았다고 생각하게 했을까.

사실 닮은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안철수와 샌더스의 공통점: 구체성 결여

안철수와 샌더스는 모두 무소속으로 의원을 지냈고, 뒤늦게 민주당에 들어왔으며, 기존의 강력한 대선 후보를 위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공통점은 두 사람이 모두 구호만 앞서고 구체성이 없다는 비난을 받는다는 것이다.

안철수 하면 생각나는 것은 역시 새정치라는 구호다. 그는 기존 정치권을 구태정치로 규정하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난 대선 후보로 나섰다. 그러나 그는 민주당 대선후보 문재인과의 단일화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돌연 사퇴해버린다.

이후 국회의원으로서 정계에 복귀한 그는 기초선거 무공천을 주장한다. 이는 기초선거 공천에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김이 과도하게 작용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기초지자체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비리, 부패의 여지가 크다는 문제의식에 기반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아예 공천을 관두자는 것이 해결책이 되리라 여기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으므로 거센 논란이 일었고, 결국 그는 무공천 방침을 철회하게 된다.

그는 기초선거 무공천 외에도 국회의원 정족수 축소 등을 주장하였고, 원외투쟁에 대한 알레르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대부분의 문제를 원내에서 처리할 것을 주장했다. 이는 전문가들로부터 정치 혁신과 동떨어진, 정치 혐오 정서에 기댄 구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샌더스는 “Enough is Enough” “Feel the Bern” 등 강력한 구호를 내세워 미국 대선 돌풍의 핵으로 부상했다. 그는 자신이 미국의 사회주의자임을 자칭하며 월 스트리트의 거대 금융기관 해체 분산, 대학 무상교육, 오바마케어 해체 및 전면 의료보험 도입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월 스트리트의 거대 금융기관을 해체 분산하자는 그의 제안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하나도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가 전혀 계산되지 않았다는 비판론도 있다. 무상교육 역시 구체적인 계획이 없을 뿐 아니라 재원 조달 방안도 “월 가에서 세금을 걷자”는 식으로 주먹구구식이고, 오바마케어 해체 및 전면 의료보험 도입은 공화당 성향의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물론 완전히 같은 건 아니다. 아무리 구체성이 부족하대봐야 샌더스는 오랫동안 일관되게 대자본을 비판했으며, 40여 년간 정계에 몸담으며 활동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감히 안철수의 독보적인 모호성에 비견할 수 없을 것이다.

 

안철수와 잡스의 공통점: 깽판을 쳤다

한편 안철수는 15년 12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며 자신을 잡스에 비교하는 망언을 한 적도 있다. 애플의 창업자였으나 존 스컬리에 의해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던 스티브 잡스의 행보를,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으나 끝내 탈당하게 된 자신의 행보에 빗댄 것이다.

전설적인 경영자이자 창의성,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와, 모호한 구호와 내로남불식 언행의 정치인 안철수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여러모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덕분에 안철수의 이 발언은 주제를 알라는 식으로 조롱당했는데, 이런 조롱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사실 안철수는 애플 퇴사 전의 잡스와 쏙 빼닮은 점이 있다.

쫓겨나기 전까지 깽판을 쳤다는 것이다.

애플 초창기 스티브 잡스는 매우 신경질적이며 통제 불가능하고 제멋대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애플 III는 상업적으로 실패했다. 또 리사를 개발하면서는 존재를 부정했던 자신의 친딸 이름을 컴퓨터에 붙였고, 매킨토시 개발팀을 꾸리면서 리사 팀을 비난하는 등 회사의 내분을 주도했다.

안철수의 깽판도 못지않다.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 무공천을 주장하며 그랬다간 필패라는 당원들의 반발에도 밀어붙였다. 문재인 대표 체제가 들어선 후에는 인재영입위원장, 혁신위원장 자리를 모두 거절한 후 혁신위원회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비판했다. 이후에는 혁신위 안 대신 자신이 자체적으로 만든 혁신안을 받아들이라 요구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자 않자 전당대회를 열어 대표를 다시 뽑자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가 논의 끝에 안철수의 혁신안을 받아들이기로 하자, 때가 늦었으며 전당대회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탈당하겠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에 대표로서의 권한을 사실상 삼등분하는 문안박 연대를 제안했으나 거부하고 탈당했다. 이 과정에서 왜 문이 문안박 연대의 맨 앞이냐고 따지기도 했다.

물론 완전히 같지는 않다. 잡스는 혁신을 알아보는 눈이 있었고, 애플에서 그가 주도한 매킨토시는 물론 퇴사 후 CEO로 일한 넥스트스텝, 픽사 등이 모두 관련 산업에 큰 족적을 남겼다. 안철수는 호남 국회의원들을 모아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게 정치 혁신과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다. 호남자민련이 될 거란 얘기도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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