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더민주의 혁신안 후퇴? 오마이의 엉터리 음모론

오마이뉴스, 더민주의 부패한 혁신안 후퇴를 규탄하다

오마이뉴스가 더불어민주당의 “‘보이지 않는 검은 손들’의 부패한 의도”를 무려 단독으로 찾아낸 모양이다. 1월 26일, 오마이뉴스는 무려 메인화면 첫 번째 기사로 이런 기사를 걸었다.

부정부패 예외없다더니 혁신안 슬그머니 뒤집은 더민주, 오마이뉴스

 

더불어민주당의 반부패 혁신안

시간을 조금 거슬러보자. 더불어민주당은  작년 혁신위 활동을 통해 부패인사의 공직선거 출마 자체를 차단하는 혁신안을 만들었다. “뇌물, 알선수재, 공금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성범죄, 개인비리 등 국민의 지탄을 받는 형사범 중 금고 및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된 자” 뿐만 아니라, “예비후보자 신청 이전의 하급심에서 금고 및 집행유예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은 자” 또한 부적격자로 본다는 것이다.

즉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없었다 해도 1심이나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일단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것이다. 이는 2015년 9월 23일 최고위에서 의결되면서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규에 반영되었다.

 

문: 더불어민주당이 혁신안을 퇴보시켰나

그런데 오마이뉴스의 주장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최고위는 지난 2016년 1월 20일 비례대표후보자 추천·선출 시행세칙 제정을 의결하며 위의 혁신안을 퇴보시켰다고 한다. 오마이뉴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닌 더불어민주당이 이 ‘예외 없는 부적격’ 원칙을 뒤집는 희한한 의결을 했다. 지난 1월 20일 열린 제188차 최고위원회에서다. 이날 최고위 회의에는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정청래·전병헌·유승희·이용득 최고위원이 참석했다.

<오마이뉴스>가 단독으로 입수한 회의록에 따르면, 더민주 최고위는 이날 ‘비례대표후보자 추천·선출 시행세칙’의 제정을 의결했다. 시행세칙 가운데 ‘후보자 신청 무효기준’은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규정을 준용하겠다”고 의결했다. 그러나 ‘후보자 부적격 심사 기준’은 “공직후보자 부적격 심사 기준을 준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끄트머리에 ‘※’조항 세 개를 슬그머니 달아 ‘예외 없는 부적격’ 원칙에 단서를 달았다.

※의 첫 번째는 “부적격 기준에 해당하더라도 선거관리위원회의 재적위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예외를 허용”이라고 명시해 스스로 예외 없는 부적격 원칙의 퇴로를 만들었다.

 

답: 아니오, 이미 있던 조항을 다시 언급했을 뿐

두 번째 문단은 애당초 더불어민주당 당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쓴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가 말하는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규정’은 당규 13호를 말하는 것이며, ‘공직후보자 부적격 심사 기준’은 당규 13호 중 12조 8항을 말하는 것이다. 두 개가 따로 있는 기준이 아니라, 후자가 전자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접속사를 쓸 이유가 없다.

“부적격 기준에 해당하더라도 선거관리위원회의 재적위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예외를 허용”한다는 조항을 두고 (더민주 최고위가) “예외 없는 부적격 원칙의 퇴로를 만들었다”, “희한한 의결을 했다”고 묘사한 것도 이상하다. 그 조항은 애당초 2016년 1월 20일 의결한 게 아니라, 그보다 한참 앞선 2015년 2월 3일에 정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퇴로를 만든 게 아니라 원래 한참 전부터 있던 조항이다. 1월 20일 최고위는 이 단서조항을 다시 한 번 언급한 것 뿐이다.

그 어떤 퇴로도 없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가 혁신안을 되려 후퇴시킨 건 아니라는 얘기다.

 

기소와 판결 헷갈리는 오마이뉴스

가장 우스운 것은 이 부분이다.

※의 두 번째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4호부터 5호에 해당하는 형사범죄로 기소된 자는 정밀심사”한다고 했다. 법원이 이미 판결 내린 사항을 정당에서 다시 심사하겠다는 해괴한 논리가 동원되었다. 4호와 5호에 해당하는 자는 다음과 같다.

4. 뇌물, 알선수재, 공금횡령, 정치자금법위반, 성범죄, 개인비리 등 국민의 지탄을 받는 형사범 중 금고 및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된 자
5. 뇌물, 알선수재, 공금횡령, 정치자금법위반, 성범죄, 개인비리 등 국민의 지탄을 받는 형사범 중 예비후보자 신청 이전의 하급심에서 금고 및 집행유예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은 자

※의 세 번째 조항은 ‘보이지 않는 검은 손들’의 부패한 의도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구체적인 기준과 적용시효 등은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회(아래 공관위)가 정함”이라고 밝혔다. 이 안대로라면 설령 뇌물, 알선수재 등의 죄를 저질러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확정 받은 자라 할지라도 공관위가 정한 특정한 기준과 적용시효에 따라 후보자로 선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관위는 사실상 숨은 공천권을 행사하는 무소불위의 기구가 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읽어보자. “기소된 자는 정밀심사”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오마이뉴스는 “법원이 이미 판결 내린 사항을 정당에서 다시 심사하겠다는 해괴한 논리”라고 말한다. 오마이뉴스야말로 기소와 판결을 헷갈려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소란 검사가 법원의 심판을 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대법원 판결은 물론 1심, 2심 판결조차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한명숙이 의자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기소당하거나, 박정근이 “김정일 카섹스”라고 씀으로써 북한을 찬양했다고 기소당하거나, 이런 것이 기소다. 더민주는 이처럼 기소된 자에 대해서도 정밀심사를 통해 부적격자를 걸러내겠다고 하는 것이다. 오히려 하급심 판결 전에도 명백한 증거가 있을 경우엔 부적격자를 걸러내겠다는, 더 강력한 혁신안인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1월 20일 최고위에서 결정된 것조차 아니다. 사실 2015년 9월 23일 이미 결정되어 당규에 반영되었던 것이다. 최고위는 그냥 해당 조항을 다시 거론한 것 뿐이다.

 

정치 혐오 부추기는 엉터리 기사

더민주 최고위는 그저 비례대표 후보자를 어떻게 추천하고 선출할지를 정하면서, 기존에 정했던 반(反) 부패 혁신안을 준용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결정을 내렸을 뿐이다. 오마이뉴스가 “보이지 않는 손들의 부패한 의도” “뇌물과 부패로 썩은 냄새” 등의 표현을 동원하여 비난한 그 단서조항(※)들이란 사실 이미 있는 당규를 최고위에서 재차 거론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오마이뉴스의 기사는 심지어 “구체적인 사항은 공천관리위원회가 정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조항을 보고도 숨은 공천권을 행사하는 무소불위의 기관이 만들어진 것이며, 공천관리위원회가 당규를 무시하고 공천권을 휘두를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말도 안 되는 억측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법률은 대통령에게 법률도 무시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주었단 말인가. 당규, 규칙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반(反) 부패의 기치는 소중한 것이다. 말하자면 국민 눈높이의 최소한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안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 기치를 잘 붙들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함량 미달 기사가 오히려 혁신의 의지를 꺾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잘 하고 있는 것을 두고도 이상한 트집을 잡으며 물어뜯는다면, “저 놈이나 저 놈이다 다 썩은 놈들”이라는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말 것이다. 하물며 저 원색적인 표현들이라니, 오마이뉴스의 선정적인 보도가 실로 유감스럽다.

 

추가: 기사 슬그머니 수정한 오마이뉴스, 본질적 문제는 변하지 않아

오마이뉴스는 1월 26일 오전 슬그머니 기사를 수정했다. 수정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원래 기사: ※의 두 번째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4호부터 5호에 해당하는 형사범죄로 기소된 자는 정밀심사”한다고 했다. 법원이 이미 판결 내린 사항을 정당에서 다시 심사하겠다는 해괴한 논리가 동원되었다. 4호와 5호에 해당하는 자는 다음과 같다.

수정된 내용: ※의 두 번째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4호부터 5호에 해당하는 형사범죄로 기소된 자는 정밀심사”한다고 했다. ‘국민의 지탄을 받는’ 범죄 혐의에 대한 사법기관의 판단에 대해 정당에서 다시 심사하겠다는 해괴한 논리가 동원되었다. 4호와 5호에 해당하는 자는 다음과 같다.

물론 오류가 있어 수정했다는 안내 문구는 없다. 단순한 오기라면 괜찮겠지만, 이건 기사의 본질을 뒤흔드는 치명적인 오류다. 그걸 몰래 수정한 것이다. 저널리즘의 기본을 갖추었는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검찰을 광의의 사법기관으로 인정한다 해도 – 검찰의 판단에 대해 정당이 다시 심사하는 것이 그토록 해괴한 일이라면,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된 그 많은 사람들, 심지어 “김정일 카섹스”로 기소된 박정근 씨에 대해서도 검찰의 판단을 무작정 따라야 하는 것일까?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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