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멤버스의 이상한 추천인 기능

하나은행에서 전화가 왔다. 마침 대출 연장할 때가 된 지라 그 건으로 전화가 왔겠거니, 하고 받았다. 하나멤버스라는 서비스 가입을 권하는 광고 전화였다(…)

그는 상품을 설명하며 한 가지 첨언을 했다. 회원 가입 폼의 추천인 란에 ‘관계사’로 “KEB 하나은행”을, ‘사번’으로 7자리 숫자를 입력해달라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 건성으로 넘겨버렸는데, 생각해보니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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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추천인 란에는 실제 그 앱을 추천한 다른 사람의 아이디나 이름 등을 쓰기 마련이다. 추천인과 피추천인 모두에게 소정의 혜택을 줌으로써 자연스레 입소문 홍보를 유도하는 것. 헌데 ‘관계사’와 사원 ‘사번’을, 그것도 광고전화를 걸어온 사원의 ‘사번’을 입력하라는 건 처음 본 일인지라 황당해서 검색을 좀 해 봤다. 그리고 힌트가 될 만한 기사를 몇 개 발견했다.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이 서비스 출시에 맞춰 계열사 직원에게 실적을 압박하는 등 무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업점 직원에게 하나멤버스 앱 의무 설치는 물론 1인당 30명 이상의 고객 유치를 할당해 외형 부풀리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하나금융 ‘통합멤버십’ 금융권 첫선, 디지털타임즈

복수의 언론에서 하나금융이 하나멤버스의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계열사 직원들을 강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랬다. 추천인 란에 계열사 직원의 ‘사번’을 입력하라는 건 해당 직원의 실적을 집계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하나멤버스 추천인’을 검색해보면 블로그,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자신의 사번을 써놓고 “이 사번을 추천인으로 입력해달라” 하는 것을 쉬이 볼 수 있다. 트위터의 KEB 하나은행 대나무숲 계정엔 이런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나멤버스 가입과 관련하여 직원 1인당 일정수 이상의 추천인 등록을 강제하고 있어 현재 시각 다들 업무도 못하고 카톡으로 지인들에게 메신저 날리느라 집중하고 있답니다. 누구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가요 이런 건.

실적 압박 갑질이야 헬조선에 하루 이틀 일인가. 잘못이 분명하지만 지적하기 지칠 정도로 오래된 폐습이다. 우스운 것은 자사 직원들의 실적 압박에 고객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순간 내가 하나금융이 직원을 상대로 벌이는 갑질의 도구로 이용되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확 나빠졌다.

금융사들은 아무래도 고객을 안티로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험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다. 머리 굳은 꼰대가 최신(?) IT 기술을 만났을 때 어떤 창조경제가 피어나는지를 본 기분이었다. “요즘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할 때는 추천인을 입력하도록 되어 있답니다.” “오, 직원들이 가라로 실적을 부풀리는 걸 막을 수 있겠군.” 우린 왜 이리 사소한 일에만 분노하는가 싶으면서도, 울컥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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