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계는 동성애 반대를 위해 어떻게 근거를 조작하는가: PD수첩의 경우

PD수첩, 성 소수자의 인권을 조망하다

11월 11일 PD수첩은 ‘게이·레즈비언, 안녕들 하십니까’ 라는 제목으로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의 삶을 다루었다. 동성애자, 특히 남성 동성애자에게 치우친 방송이었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으나, 비교적 성 소수자의 인권을 잘 조망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방송을 통해 대외적으로 자신이 양성애자인 것 같다고 커밍아웃한 한 고교생(그는 방송 촬영 전 이미 학교에서는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했다고 한다)과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한 아버지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기독교계 언론, PD수첩을 공격하다

물론 이야기가 이렇게 감동적으로 끝나면 재미가 없다. 자칭 “학부모들로 구성된 시민단체연대인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이란 단체가 MBC를 찾아 “MBC PD수첩의 동성애 옹호·조장에 대한 의견서”라는 문서를 전달했으며, 이를 국민일보, 기독일보 등에서 기사화했다. 크리스천투데이 역시 교회언론회의 성명을 빌어 비판적인 기사를 냈다.

기독교가 그간 동성애에 대해 보인 적대적인 태도를 감안할 때 이런 반응은 예상되었던 것이다. 이런 반사적인 반응도 문제긴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들이 동성애를 적대하면서 내놓는 근거가 대체로 틀렸다는 것이다. 그들은 동성애 반대라는 허술한 기치를 세우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유럽의 최고인권법원이 동성결혼을 인권에서 뺐다?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의 주장을 보자. 그들은 “지난 8월 유럽최고인권법원이 성범죄, 성적문란, 가정파괴, 자녀문제 등의 이유로 동성결혼은 더 이상 인권이 아니며, 앞으로 동성결혼을 더 이상 합법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한다. 정말 이런 결정이 내려졌을까?

그들이 말하는 유럽최고인권법원은 아마 유럽인권재판소(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을 잘못 칭한 것으로 보인다. 유럽최고인권법원이란 이름의 법원은 없고, 다만 소수의 해외 미디어에서 유럽인권재판소를 ‘유럽의 최고위 인권법원(Highest Human Rights Court in Europe)’이라고 묘사한 바 있는데 이를 오역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또 그들이 주장하는 것과 비슷한 결정이 유럽인권재판소에서 내려진 바 있기도 하다.

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내용은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의 주장과 전혀 다르다.

 

실제 유럽인권재판소의 결정 내용

유럽인권재판소 결정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핀란드의 한 기혼 남성이 여성으로 성전환했는데, 핀란드는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국가였으므로 이 부부는 더이상 ‘결혼’ 관계가 아니라 ‘등록된 동반자’ 관계로 법적 지위가 바뀌게 된다. 등록된 동반자 관계는 결혼 자체는 남녀의 결합이라는 전통적인 개념을 유지하면서도 동성 커플에게 사실상 결혼한 부부와 유사한 법적 지위를 제공하는 제도인데, 그는 자녀 양육 등의 문제로 ‘등록된 동반자’ 관계 대신 ‘결혼’ 관계를 그대로 유지할 것을 원했다. http://amnesty.or.kr/9426/

그러나 유럽인권재판소는 이 요청을 거부하였다. 이는 동성 결혼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우며, 그들의 법적 지위가 ‘등록된 동반자’ 제도로도 충분히 보호될 수 있으므로, 핀란드가 동성 결혼을 불허하는 것이 유럽 인권 협약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는 까닭이었다. 이는 비슷한 이슈에서 유럽인권재판소가 그간 내려온 판결과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인데, 보수적인 해석이긴 하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입장이다. 아니, 사실 이게 최선의 결정이었을 수도 있다. 여기에서 핀란드의 법이 잘못되었다고 판결을 내린다면 유럽의 모든 나라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고, 거센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또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유럽인권재판소의 독특한 성격이다.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이 ‘최고인권법원’이라 표현하면서 마치 이 법원이 한국의 대법원이나 미국의 연방대법원 같은 권위를 가진 것처럼 오인하기 쉽지만, 그런 종류의 법원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는 유럽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보호를 위한 협약(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Human Rights and Fundamental Freedoms)’, 소위 유럽인권조약 2절에 의거해 만들어진 재판소로, 이 협약이 위반되었다고 여겨질 경우 제소 절차를 거쳐 판결을 내리게 된다. 유럽인권조약은 1950년 서명, 1953년 발효되었다.

다시 말해 유럽인권재판소의 결정은 ‘동성 결혼이 인권이 아니’라는 판단이 아니라, ‘의정국이 동성 결혼을 금지하는 것이 유럽인권조약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유럽인권재판소는 이 결정의 근거로 “혼인적령의 남녀는 이 권리행사에 관한 국내법에 따라 혼인을 하고 가정을 구성할 권리를 가진다”는 말이 조약이 서명된 당시 시대상을 반영할 때 “남자와 여자의 혼인”을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시 강조하지만 유럽인권조약이 서명된 것은 1950년의 일이다. (다만 이것이 유럽인권재판소의 의의를 격하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분명 자국에서 인권 침해를 구제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다만 모든 인권 문제를 한방에 결정짓는 마법의 검이 아니라는 것 뿐이다.)

그런데 ‘차세대바로세우기학부모연합’은 ‘특정 국가가 동성 결혼을 거부하는 것이 유럽 인권 협약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동성 결혼은 더 이상 인권이 아니’라고 엉터리로 해석하고, 급기야는 ‘동성결혼을 더 이상 합법화하지 않겠다’는 초월적인 해석까지 내놓은 것이다. 이런 엉터리 거짓말은 흥미롭게도 이 단체 뿐 아니라 기독교 계열 언론 – 이 기사가 실린 기독일보나 크리스천데일리 – 등에서 검증 없이 그대로 실어날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동성결혼을 정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또 “미국에서는 동성결혼을 정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연방항소법원의 결정이 있었다”고 말하는데 이 주장을 뒷받침할 비슷한 판결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연방대법원은 최근 기존에 존재했던 혼인보호법(DOMA) – 혼인을 남녀간의 결합으로 규정한 – 이 각 주(州)의 주권을 침해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없어 연방주의에 위배되므로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는데, 이들의 주장은 이런 흐름과 완전히 배치된다. 다만 비슷한 판결을 찾아볼 수는 있는데, 주 정부가 동성 결혼을 금지하고 있을 경우, 이는 소송이라는 법적 절차가 아니라 정치적 절차를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동성 결혼 금지를 지지하는 판결이 나온 바는 있다. 다만 이 역시 각 주(州)의 고유한 주권과 입법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판결이지, 동성결혼을 정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가 아니다.

 

동성결혼 반대 위해 온갖 엉터리 주장이 난무하는 기독교계

기독교 계열 언론이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반대하기 위해 엉터리 근거를 가져오는 일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었다.

종교신문 1위라는 수식어를 자칭하고 있는 크리스천투데이의 기사를 살펴보자. 같은 PD수첩 방송에 대한 한국교회언론회의 성명을 받아쓴 기사다.http://www.christiantoday.co.kr/view.htm?id=276275 그들은 “동성결혼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현재 세계 200여 국가 가운데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나라는 불과 17개국에 불과하다”며 동성결혼 인정이 지극히 일부의 추세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동성 파트너에게 사실상 결혼과 같은 권리를 인정하는 ‘시민 결합’ 또는 ‘등록된 파트너’ 제도를 시행하는 국가를 포함하면 이것이 약 40여개국 이상으로 늘어난다는 점, 유럽과 북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 동성간의 결합을 법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 90년대 후반 이후로 매우 최근이며 그 흐름이 2000년대 들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 등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퍼져나가는 ‘동성애자들의 충격적 실상’ 류의 문서는 굳이 반박이 필요 없을 정도로 근거가 전혀 없다. 또 그들은 동성애가 치료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이미 학술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단체 – 미국 심리학회, 정신의학회 등 – 에 의해 부인된지 오래다. 혹 동성애자들의 조직적 로비로 인해 동성애가 정신질환에서 빠졌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 물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극히 일부의 신뢰할 수 없는 주장을 자신의 구미에 맞는다는 이유만으로 최고의 경전처럼 모시는 그들의 행태는 몰지각한 음모론자들을 그대로 본딴 것처럼 보인다.

사실 동성애를 금지한다든가 하는 주장을 지지할 만한 증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보기 어렵다. 때문에 어떻게든 동성애 금지를 주장하고 싶은 기독교인들이 이런 엉터리 근거에 넘어가는 게 이해 안 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차라리 성경이라면 모를까, 기왕 세속의 이야기를 증거로 삼으려면 최소한의 검증이 이뤄진 증거를 가져와야 할 것이다. 엉터리 근거는 그 주장이 엉터리라는 방증밖에 되지 못한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