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같은 밴드는 평단에서도 사랑받지만 대중으로부터도 그 이상의 큰 사랑을 받는다. 실험성이 부족하다, 늘 똑같은 노래만 한다는 ‘음악 마니아’ 층의 비난이 있긴 하지만 U2에 대한 양측의 지지는 비교적 확고해 보인다. 평단과 대중에게 동시에 사랑받는 건 이런 노장 밴드뿐만이 아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나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같은 아이돌의 팝 음악에도 최고의 프로듀서들이 달라붙어 <Toxic>이나 <Sexyback> 처럼 주옥같은 명곡을 탄생시킨다. 음악가들의 정치적, 사회적 입장은 또 어떠한가? 딕시 칙스(Dixie Chicks)는 “부시가 같은 텍사스 출신이란 게 부끄럽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놓고, 이로 인해 살해 위협까지 당하는 처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런 자들에게 내 뜻을 굽히고 좋게 좋게 지낼 생각이 없다”는 내용의 <Not Ready To Make Nice>를 발표하여 굳건히 대응한다. 그래미는 이 모두에게 상을 준다. 딕시 칙스에게도,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저스틴 팀버레이크에게도, U2에게도. 일례로 딕시 칙스는 지난 그래미에서 제네럴 필드 세 개 부문 – 그것도 Record, Album, Song을 휩쓸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그래미’를 표방하고 나섰던 <한국대중음악상>은 어떨까? 가슴아픈 일이지만, 4회째 열린 현재까지 이 상은 ‘한국의 그래미’가 되기엔 턱없이 모자란 지점에 와 있는 것 같다. 올해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스왈로(Swallow)는 참 좋은 뮤지션이다. 그의 앨범은 작년 발견한 앨범 중에서도 최고의 결실 중 하나였고, <어디에도 없는 곳>은 개인적으로 한 해의 음악 감상을 정리하면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노래 중 하나로 꼽은 바 있다. 그러나 스왈로의 음악이 대중지향적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U2나 저스틴 팀버레이크, 딕시 칙스의 음악은 누구에게나 추천해줄 수 있겠지만, 스왈로의 음악은 음악 마니아가 아니고서는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 그의 음악은 대중적인 면보다 실험적이고 기술적인 면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가수들, 예를 들어 SG 워너비나 아이비, 이효리나 비 따위의 노래를 좋다고 추천해주기에도 주저가 된다. 그들의 음악은 ‘좋은 유행가’라면 모를까, ‘명작’이라 칭하기엔 많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대중음악상> 역시 이런 딜레마에 빠져있는 모양이다. 심사위원들은 “한국 음악계의 미드필더를 강화해야 한다”는 그럴듯한 취지를 내걸었지만, 사실 이 음악상은 인터넷에 범람하는 음악 마니아들의 웹진과 거의 똑같은 심사위원들이 거의 똑같은 수상 결과를 발표한다.

그러나 이런 딜레마에서 빠져나갈 출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에서 ‘완전한’ 성취를 거둔 음악가는 찾기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의’ 성취를 거둔 음악가마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그런 음악가들에게 상을 안겨주는 시상식이 필요하다. 속옷 패션이라며 안티팬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엄정화의 <Prestige>에게 과감한 상찬을 안겨주는 시상식이, ‘잘 나가는’ 뻔한 음악과 창법을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는 대중음악가 박기영에게 칭찬의 한 마디를 건네는 그런 시상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4차례의 시상식 중에서도 가장 마이너한 취향을 대변했던 이번 <제 4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내게 가장 반갑게 다가왔던 이름은 스왈로나 머스탱스, 박선주 등이 아니라 – 엄정화와 페퍼톤스였다. 그래, 이런 앨범이 더욱 늘어나기를 바란다. 언젠가 SG 워너비에게 “이들이 대체 언제 소몰이 따위를 구사했던가” 하는 상찬을 건넬 수 있는 날을 맞기 위해서라도, 엄정화와 페퍼톤스를 향했던 상찬이 더욱 많은 대중음악가에게 안겨지길 바란다.

  3 개의 반응

  1. 1회 때는 너무 대중적이라 걱정했는데 이제 반대로 기운 듯 합니다. 저만 해도 선배가 스왈로우를 추천해 들어 보았지만 그리 매력적으로 느끼지 못했던 경험이 있고요. 이번 수상을 보면 마이너 중에서 인지도가 있는 쪽에 좀 가중치를 주는 방향을 잡아가는 것 같은데 흔히들 말하는 ‘대중음악’을 정말 포섭하고 있는지는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이를 통해 마이너로 관심이 확장된다면 다행이겠지만 쉽지 않아 보이네요.

  2. 안녕하세요^^ 월간 PC사랑의 이정일 기자입니다.

    지난 번 통화 내용처럼 글 주제는 ‘맥 OS의 변천사’입니다. 분량은 저희 잡지로 4페이지니까, A4로 5~6페이지됩니다. 글만 그렇습니다. 시대별로 각 버전을 소개해주시는데 기능만 얘기하면 지루하니까 시대적 상황이나 에피소드 등을 좀 추가하면 좋겠습니다. 일단은 모든 버전이 다 소개되었으면 하는데, 그렇더라도 기계적으로 모든 버전을 똑같은 분량으로 소개하긴 그렇고, 중요한 것은 페이지를 많이 할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버전별 그림은 다 들어갔으면 하는데, 인쇄를 고려하면 해상도가 상당히 좋아야 할 것 같습니다. 최소 1,600 이상입니다^^ 마감은 4월10일. 원고는 jaylee@ilovepc.co.kr로 부탁드립니다^^

  3. 아무래도 점점 “괴리되고 있다”는 느낌이죠? 대중들과……
    물론 주류 미디어의 책임이 크긴 한데, 그런 모든 한계를 태생적으로 안고 시작했던 만큼 심사위원단이 더욱 많은 고민을 해 줬으면 싶어요. 좀 파격적인 후보 선정을 통해 ‘마케팅’을 할 필요도 있을 것 같구요.

 댓글을 씁니다.

다음 HTML 태그 및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yeinz.net/blog/archives/192/trackback
   
임예인의 새벽 내리는 길. 이 사이트의 글은 출처를 명기하여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Suffusion theme by Sayontan Sin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