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키드의 번역을 깝시다

위키드는 졸지에 두 번 본 뮤지컬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무슨 악운이 끼었는지, 주연급 4명이 2인 캐스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캐스팅이 두 번 다 똑같았(…)

어쨌든 위키드처럼 외쿡 뮤지컬을 라이센스받아 들여온 경우, 가장 큰 문제가 역시 가사인 것 같다. 왜냐하면…

1) 우선 번역이란 것 자체가 어려운 작업이고
2) 단순히 글자 수를 맞추는 차원이 아니라, 노래의 운율에 가사가 잘 실리도록 만들어야 하며, 가사로 쓰기에는 운율감이 잘 살지 않는 단어나 문구는 운율이 잘 사는 표현으로 바꾸어야 하고…
3) 노래를 통해 극의 흐름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뮤지컬의 특성상, 어려운 단어나 노래에 잘 사용되지 않는 단어를 가사에 쓰면 관객이 노랫말을 알아듣지 못해 극의 내용까지 놓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그것도 고려해야 하고
4) 고음역에서는 발음이 뭉개져 더 알아듣기가 힘들어지니 그것도 신경써야 하고…

등등 고려할 부분이 무척 많기 때문.

그런데 위키드 같은 경우 대체로 이런 걸 잘 신경썼으면서도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무엇인고 하니 영어 단어를 그대로 쓴 경우가 많았다는 것. 예를 들어…

“내 전공은 Popular”
“상상해봐, Unlimited”
“나는 Sentimental Man”
“그것은 바로 Wicked witch”
“One Short Day, 여긴 에메랄드 시티”
“사악한 자, Wicked”
“Good news, 그 마녀가 죽었다”

같은 가사들. (기억에 의존하는 고로 다소 잘못된 가사가 있을 수 있으빈다.) 번역되지 않은 낱말들이 대부분 노래 제목인고로 극에 대해 대강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못 알아들을 건 없겠지만서도, 뮤지컬의 특성상 노랫말은 “관객이 이 노래를 바로 지금 이 무대에서 처음 들어보는 것”이라는 전제 하에 쓰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엄연히 번역가의, 그리고 연출자의 직무유기라고 본다.

심지어 One Short Day 같은 가사는 같은 노래 속에서 ‘단 하루’로 잘 번역해놨으면서 ‘단 하루’와 ‘One Short Day’를 혼용하고 있다. 이건 무슨 국한문 혼용 세대여.

“뮤지컬 위키드의 번역을 깝시다”에 대한 2개의 댓글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