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와 김완선에 대한 비평 (또는 비난)
대중 가수를 비평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 애초에 음악적 진정성을 갖고 있는 이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당대를 주름잡는 대중 스타는 항상 설화와 논쟁 속에 휘말리기 마련인데, 이전 H.O.T. 같은 이들이 그랬다면 지금은 이효리나 동방신기 등이 그렇다. 일례로 Eminem을 들어, Encore가 Show보다 못하다는 딱지를 붙이려면 상당한 장문(長文)의 근거를 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효리의 2집이 1집보다 못하다는 딱지를 붙이기 위해 붙여야 할 근거는 그리 많지 않다. 통 맘에 안 든다는 한 마디만으로 동조해 줄 사람이 많다.
이처럼 비평자(?)들이 대중 스타의 음악적 성취를 아예 고려하지 않는 탓에, 일정 정도의 음악적 성취를 이루고도 비난받는 엉뚱한 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김완선을 그 대표적인 가수라 할 만한데, 그녀는 2002년 오랜만에 가요계에 돌아와 [S]라는 고급 팝 앨범을 내놓고도 많은 이들로부터 비난받았다. – 기억이 확실치는 않지만, 그 대척점에서 ‘가수다운 가수’로 언급된 이들은 SG 워너비, 빅마마 등이었던 것 같다. 쓸데없는 사족이 되겠지만, 웹진 가슴의 편집장 박준흠의 비평에서 그 평가는 역전된다.
Hung up? Ray of Light?
이효리와 김완선은 ‘어떠한 잣대가 필요한가’에 대한 완전히 상반된 두 예라고 할 수 있다. 이효리나 동방신기는 음악을 하나의 보조 수단으로 이용하는 엔터테이너(예능인)에 불과하다. 이효리의 노래 “Get Ya”나 동방신기의 노래 “Hug”을 들으며 그 완성도에 감탄하는 것은 한 편의 코메디같겠지만, 그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춤을 추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행동이다. 일반적인 음악 감상자라면, 비의 “It’s rainning”을 들으며 그 코드 진행에 대해 논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매끈한 복근과 깔끔한 춤 동작에 감탄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대중 가수의 평가에 음악성을 완전히 배제한다면, 김완선의 [S] 같은 고급 팝 앨범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마돈나는 [Ray of Light] 없이도 영원한 팝의 여제로 남았겠지만, 그 독특하고 고급스런 일렉트로니카 앨범을 통해 그래미까지 손에 넣었으며, [Music]이 발매되며 평단의 우호적인 시선을 확고하게 굳혔다. 비의 “It’s rainning”이 소중한 엔터테이너의 결실이듯, 마돈나의 “Ray of Light”도 소중한 음악가의 결실이다. 한국의 팝 가수에게 [Ray of Light]를 기대하는 것 또한 청자의 정당한 권리이며 의무이다.
그래서 엄정화는
바로 이렇기에 엄정화는 제 2의 마돈나가 되고자 했고, 그래서 [Self-Controll]을 만들었다. 그러나 타이틀 [Eternity]는 그 뮤직비디오의 독특한 느낌 정도가 화제가 되었을 뿐, 사실상 주류 음악계에서 흔적 없이 ‘묻혔다’.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없었다. 물론, 따지자면야 사실 이 앨범에 대한 평단의 목소리도 그다지 우호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엄정화라는 팝 스타의 일렉트로니카(테크노)에 대한 도전 자체가 평가절하된 것은 아니었다.
음악성이란 잣대가 아예 팝 가수에게서 떠나가면 이런 팝 가수의 도전 또한 음악계에서 떠나가 버리는 셈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팝 가수에게 음악성이란 잣대를 엄격히 적용하면 그것은 팝 가수의 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 소설가를 과학에 얼마나 정통하냐는 잣대로 평가하는 것 만큼이나 – 엉뚱한 행위가 된다.
이효리의 것은 이효리에게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이효리를 비난하는 동시에 김완선을 평가절하하는 경우다. Thom Yorke가 “2 + 2 = 5″에서 노래했던 그 절묘한 부정과 부정, 자기부정의 연속처럼 – 그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비평이 하나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그 자신의 말을 스스로가 부정하는 괴이한 함정에 빠져드는 것이다.
이효리의 것은 이효리에게, U2의 것은 U2에게, Radiohead의 것은 Radiohead에게. 가리온에게 가리온의 몫이 있다면, 에픽하이에겐 에픽하이의 몫이 있는 법이고, 또 Gorillaz 같은 이들에게도 그래미와 평단의 우호적인 시선이 배당되는 법이다. 모두가 Coldplay처럼 잘 빠진 메인스트림 밴드 음악을 들려주는 것도, 모두가 Bjork처럼 평단이 열광하는 기괴한 음악을 하는 것도 이상하다. 모두 반가워할 만한 일이 아니다. 나는 그저 내 iPod에 가득 채울 만한 다양한 음악과 다양한 취향을 원한다. 바로 어제까지 [OK Computer]에 취해 있다가 오늘에는 [Confessions on a dance floor]에 취할 수 있는, 그런 다양성을 원한다.
나는 이상하지 않다. Radiohead의 콘서트와 이효리의 콘서트에 동시에 열광할 수 있는 그런 취향일 뿐이다.
14 개의 반응
댓글을 씁니다.
http://yeinz.net/blog/archives/17/trackback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먼저 잘 읽었습니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보통 이 정도 분량의 글을 쓰시는 데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신지요? ^^;;
글쎄요… 요이 땅 하고 재는 게 아니기땜시 잘은 모르지만, 한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지 않을까요?
엉뚱한 코멘트이지만 예인님이 구글 캐쉬로 검색한 박준흠씨의 가슴 사이트 페이지가 왠지 뭉클하게 느껴집니다. 그게 얼마 됐다고…에휴.
그러게요. 다시 열린다고 한 것 같은데, 어째 카페24 호스팅 가입 축하 화면만 나오고 있으니…… ㅡㅠ
엄정화시 참보고싶네요
짐어디세요
전화두안하구
“Radiohead의 콘서트와 이효리의 콘서트에 동시에 열광할 수 있는 그런 취향”
재밌는 표현이에요..=)
안녕하세요? =)
예 안녕하세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일반 대중가요부터 팝에서 헤비메탈까지 모두 다 즐겨듣는 사람이라.. 좋은 글입니다.
엄정화 앨범은 참 아까웠죠. 롤코까지 영입하고 굉장히 다양한 시도가 있는 앨범이었는데.. 김완선씨도 사실 전 평가절하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뭐 늘 음악성 운운하는걸 싫어하는 편이라.. 좋은 음악은 평론가들이 잘만들어진 음반이라고 평가하는 노래가 아니라 사람들이 듣고 좋아하는 음악이라는게 제 생각이거든요.
얼마 전 김완선씨의 옛날 무대를 봤는데, 춤 실력이 오늘날의 이효리는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더군요. 솔직하게 감탄했습니다. ㅎㅎ [S]는 정말 좋은 앨범이었어요.
팝 가수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음악적으로 노력하는 가수들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다만 “음악적인 노력”을 상품화하여 장사를 하는 가짜 음악가들만은 싫습니다 ^^;;
Eternity
주영훈씨가 상당히 심혈을 기울였던 곡이라 하더군요.
(작곡가 지망생을 대상으로한 레슨 동영상에서 저 곡을 샘플로 강의)
“기존의 컨셉과는 다르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살릴수 있는
곡들을 의뢰했었다고 하던데…”
모순적 요구들로 인해 기형적으로 산출된 앨범이 아니었는지…;;
그랬군요. 주영훈씨…. ㅎㅎㅎ
Eternity 개인적으로는 참 괜찮게 들었습니다. 본격적인 일렉트로니카 뮤지션들의 음악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팝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들으면 그럭저럭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지 리스너이다보니… ^-^
이터너티는 정재형씨가 만든 곡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영훈씨는 셀프 엔 컨트롤에서 컨트롤 씨디부분에 프로듀서을..
셀프쪽이 정재형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