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052012
 

예전에 썼다가 사정상 출판되지 못한 글을 블로그를 통해 출판합니다. 4~5월 방송에 대한 미디어 비평이 이제야 실리는 것 또한 그런 까닭.

“해외 누리꾼과 언론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패스트푸드 음식의 추악한 비밀이, 잠시 후 저희 미각 스캔들에서 공개됩니다.”

4월 22일, JTBC ‘미각스캔들’은 이런 호기로운 선언과 함께 무려 4주간 계속된 대장정을 시작했다. 방송은 미국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썩지 않는 햄버거’ 동영상을 소개하며 그 포문을 연다. 동영상의 내용인즉 짧게는 수 일, 길게는 수년 동안 상온의 개방된 환경에서 보관한 패스트푸드 햄버거가 전혀 썩지 않았다는 내용. 동영상 제작자는 이에 대해 충격적인 결과라며, 다시는 햄버거를 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방송은 이 실험을 한국에서도 재현해보겠다고 나섰다. 4주간의 방송 끝에 나온 방송의 결론은, 미국에서 나왔다는 동영상의 결론과 거의 대동소이하다. “세균도, 벌레도 거부하는 햄버거. 이 안에 대체 무엇이 있는 것일까.” “과연, 패스트푸드에 곰팡이가 피는 날이 올까요.” 그렇다면, 이 방송은 이런 결론을 낼 수 있을 만큼 충실하게 짜여졌을까.

사실, 그렇게 보기가 어려웠다.

그들이 밝힌 첫 번째 실험 방법은 이러하다. L사, M사, B사 등 대형 패스트푸드사의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를 구입한다. 그리고 ‘좋은 재료와 바른 조리법으로’ 만든 수제 버거 및 프렌치프라이를 준비한다. 여기에서의 햄버거는 모두 채소를 뺀, 빵과 패티만으로 구성된 버거들이다. 그리고 이들을 상온에서 보관하며, 그 변화를 비교 관찰한다.

4일째, 수제 햄버거와 L사 햄버거는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부패가 관찰되었다. 반면 M사와 B사의 햄버거는 육안으로 부패를 관찰할 수 없었다. 수제 프렌치프라이는 말라 있었고, 패스트푸드 프렌치프라이는 사올 때 모습 그대로를 유지했다.

이 실험 결과에서 수제 햄버거와 패스트푸드 햄버거의 차이를 명확히 결론지을 수 있을까? 사실 이 실험은, 실험 방법 자체도 그다지 엄밀한 것이 못 된다. 예를 들어 제작진은 실험에 사용된 수제 버거를 만든 방법이 ‘좋은 재료와 바른 조리법’이라 설명했는데, 이것은 설명이 아니라 일종의 수사일 뿐이다. 패티의 두께, 버거의 크기, 조리에 소요된 시간, 재료의 신선도 등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어떻게 통제되었는지 방송은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실험은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어떤 변인이 어떻게 영향을 미쳐 결론을 뒤바꿔놓을지도 알 수 없고, 사소한 편견이 결론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실험자의 작은 말이나 행동이 실험 과정에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여 실험을 수행하는 실험자 본인에게도 실험군과 대조군이 어떻게 설계되었는지 알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좋은 재료와 바른 조리법’을 실험 설계라고 내놓았으니, 이미 실험의 신뢰도는 매우 떨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그 결과 그나마 L사의 햄버거에서는 틀림없이 부패가 관찰되었다. 수제 햄버거도 상했지만, 패스트푸드 햄버거도 적어도 하나는 분명히 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강력한 반증은 사실상 방송 전반에서 무시당했다. 부실한 설계로 이뤄진 실험에서, 그 결과마저도 제작진이 자의적으로 해석한다면 무슨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열흘 뒤, 방송은 수제 햄버거와 L / M / B사 햄버거 패티에 세균이 존재하는지 관찰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수제 햄버거를 포함한 네 개의 햄버거 패티 모두에서 세균은 관찰되지 않았다.

네 개 햄버거 모두에서 세균이 관찰되지 않은 결과에 대해 전문가는 “수분이 증발, 육포와 같은 상태가 되어 세균이 검출되지 않았을 수 있다”, “수분 없이 미생물은 살 수 없는 것”이란 견해를 낸다. 수분이 미생물 번식의 결정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 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분을 적절히 통제하면서 같은 실험을 반복하여 미생물 번식을 관찰하는 것이 될 것이다. 실제 미국의 식품 전문 블로그 seriouseats.com에서 2010년 유사한 실험을 수행했는데, 개방된 환경에서는 썩지 않았던 제품이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밀봉시킨 비닐백에서는 상당량의 곰팡이가 생긴 것이 관찰되었다.

그러나 제작진이 택한 방법은 조금 다른 것이었다. 그 방법은, 바로 육포 공장을 찾아가 “육포도 상온에 보관하면 상한다”는 답변을 듣는 것이었다. 전문가는 수분이 없어져 미생물이 살기 어렵게 된 식품으로 육포를 비유적으로 예시한 것인데, 시중에 유통되는 육포는 일반적으로 맛과 질감을 위해 수분을 완전히 건조시키지 않은 일종의 반건조 식품이다. 합리적인 실험 재설계 대신, 육포라는 비유적인 단어에 천착하여 내용을 호도한 것이다.

사실 방송이 수분 함량 문제를 아주 무시했던 것은 아니다. 4주째의 마지막 방송에서 그들은 ‘번외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실험을 수행했다. 수분 건조가 햄버거가 썩지 않은 원인일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에 따라, 포장지를 벗기지 않은 상태로 햄버거를 상온 보관하는 실험을 한 것. 그 결과, 수분이 말라있는 햄버거는 육안으로 부패가 관찰되지 않고 상한 냄새도 덜 했던 반면, 축축한 상태인 햄버거는 효모나 곰팡이로 추정되는 미생물이 관찰되었다.

사실 이 실험도 엄밀하게 이뤄지지 않아 확실한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단 남은 수분 함량에 따라 미생물 번식 여부가 달라졌다는 것만으로도, 수분과 미생물 번식 사이의 상관관계는 충분히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제작진은 이 결과에 대해서도 “그래도 썩지 않는 햄버거가 있다”는 내용을 결론으로 택한다. 상온 보관한 프렌치프라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를 관찰한 식품공학과 교수가 “조금씩 산패는 다 진행됐다”고 발언했지만, 이 발언 역시 별로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고 넘어갔다.

사실 이런 종류의 고발 프로그램에서 실험의 설계가 정말 엄밀하게 짜여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다고 이 모든 방송들을 다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미각스캔들 ‘썩지 않는 햄버거’ 편을 조금 다르게 보야 하는 까닭은, 이것이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그 설계부터 엄밀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 결론도 자의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방송의 주제를 지지하는 발견에 대해서는 여러 수사를 동원하여 이를 부추기고 확대하며, 이를 반증하는 요소는 설계에서부터 검증을 거부하거나 심지어 발견되었음에도 두루뭉술 넘어간다. 무언가를 밝혀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세워놓은 결론에 장식을 붙이는 중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방송은, 문제의 마지막 실험에 돌입한다.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를 구입해 즉시 세균 배양 검사를 한 것. 그들은 그 결과를 또 한 번 ‘충격적’이라며 내놓는다. 세균이 0cfu/g이 나왔다는 것이다.

물론 방송에서 인용된 전문가들의 견해처럼, 개방된 공간에서 조리되고 보관된 식품에서 세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은 충분히 의문을 갖고 더 자세히 접근할 만한 문제다. 그러나 문제는, 이 실험이 대체 어떻게 설계되고 진행된 것인지 방송만 봐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방송은 실험의 설계에 대해 “빵과 패티, 프렌치프라이를 구입했다”고만 설명한다. 그 설명에 소요된 시간은 수 초에 불과하다. 어떤 제품을 구입했는지, 진열중인 것을 구입한 것인지, 새로 조리된 것을 구입한 것인지, 혹 조리되지 않은 – 완제품 버거가 아닌 것을 구입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또한 0이라는 숫자는 얼핏 보기에는 충격적이지만, 냉장고에 보관중인 우유에서도, 우리가 즐겨 마시는 먹는 샘물에서도 보이는 숫자다. 학교 주변 어린이기호식품의 미생물학적 오염도를 평가한 한 논문(2011, 나병진 외 5명, 학교 주변 어린이기호식품의 미생물학적 오염도 평가)에서는 세균 배양 검사 결과 598개 중 241개 제품에서만 일반세균이 검출되었다. 어떤 조건에 있었느냐에 따라 0은 충격적인 숫자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방송은 그 중요한 조건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실험 설계와 과정, 그 결과에 대한 설명은 극히 부실한데, 0이라는 숫자만 충격적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둥둥 떠다니는 것이다.

심지어, 보존제 실험 결과 보존제가 불검출된 데 대해서는 ‘불검출되었으나, 수상하다’는 결론을 낸다. 이런 식으로 결론을 낸다면, 보존제의 검출 여부에 관계없이 어쨌든 패스트푸드는 수상한 음식이 되고 만다. 검출되었다면 보존제가 들어있으므로 먹어서는 안 되는 수상한 음식이 되고, 검출되지 않았다면 보존제가 검출이 안 될 정도로 수상한 음식이 되는 것이다.

사실 두루뭉술한 것은 실험 결과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전문가의 발언이나 패스트푸드 사의 발언 등도 호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방송은 “햄버거 패티로 사용하는 것은 림비프라고 해서, 안심 등의 부위를 자르고 남은 부분을 따로 발라서 쓰는 것”이라는 패스트푸드사의 답변을 듣고는 “패스트푸드의 광고에서 봐왔던 대로라면 패티는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져야 하지만, 그들의 답변은 광고와 사뭇 달랐다”는 엉뚱한 결론을 낸다. 패티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했을 뿐인데, 갑자기 고기가 신선하지 않다는 식으로 왜곡된 것이다.

프렌치프라이의 비밀을 밝혀내겠다며 방송이 택한 방법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방송은 시중 마트의 프렌치프라이에서 산성피로인산나트륨이란 낯선 성분을 발견했으며, 한 패스트푸드사가 이와 같은 업체에서 프렌치프라이를 수입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이상의 내용도 없고, 특별한 결론도 없다. “알면 알수록 궁금증을 더해가는 패스트푸드의 진실”이라는 예고성 문구가 결론을 대신했을 뿐이다.

그러나 산성피로인산나트륨은 보건복지부가 발행한 식품첨가물공전에 수록된, 허가된 식품첨가물이다. 1일허용섭취량도 정해져 있고, 독성에 대한 보고도 다 되어 있다. ‘낯선 성분’이라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이 성분은, 전혀 낯선 것이 아니다.

실험 설계의 부실과 그로부터 나온 자의적인 결론, 공포만을 부추기는 구성은 진짜 중요한 건강정보와 식품 위해성을 알리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정적인 메시지가 정말 중요하지만 언뜻 지루할 수 있는 메시지를 뒤덮어버릴 수도 있다. 이런 방송 구성의 문제점을 이미 지적한, 미디어오늘에 송고된 ‘슬로우뉴스’의 글에 대해 프로그램의 PD는 직접 거친 논조의 반박문을 공개하며 대응했는데, 여기에서 보인 태도 역시 이런 걱정이 결코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기도 했다.

제작자는 이 반박문에서 “편협하고 악의적이다. 오직 뭔가를 까기 위해 아니면 뭔가를 보호하기 위해 생산해낸 글은 기사가 아니다”, “무식한 필자여” “지금 어디다 대고 방송권력 드립인가” “스스로 물어봐라. 자신이 미디어오늘의 지면을 채울 수준의 필자인가?” “막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등의 표현으로 맹공을 퍼붓는다. 또한 “어떤 콘텐츠가 특정 채널을 통해 방송된다는 이유만으로 빌미를 잡아 공격해 보자는 심리가 깔려있다면 미디어오늘의 내일은 없다. 그건 또 다른 꼴통의 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건전한 비판과 반박은 온데간데없고 인신공격과 모욕이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세균수 0를 재차 강조하는 제작자의 반박 또한 실험 설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그는 “균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에서 배양실험을 했는데 세균 수가 제로로 나온 게 미스테리나 충격이 아니라면 필자는 자기 집에 포탄이라도 떨어져야 겨우 충격이란 걸 받는가”라고 되묻는다. 그러나 세균 배양 실험에서 ‘균이 잘 자랄 수 있게 한다’는 건 온도 등의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지, 잡균이 침입할 수 있도록 놔둔다는 뜻이 아니다. 또 제작자는 세균수 0의 결과를 보고 “우리가 사는 지구가 무슨 무균 실험실인가”라 묻지만, 사실 세균 배양에서는 당연히 무균조작에, 오염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기본이다. 이건 원래 어디에서 균이 자랄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시료에 균이 얼마나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실험인 것이다.

학자와 전문가의 권위를 내세우는 부분도 문제였다. 방송은 미생물 번식에 대한 견해를 전 식품조리과 교수나 요리연구가, 초등학교 영양교사에게 묻는다. 그리고 제작자는 이런 학자와 전문가들의 견해를 믿지 못할 주장으로 치부하는 것이냐고 주장한다. 물론 이 방송이 맛있는 음식의 조리법이나 특정 식품의 영양 분석, 성장기 아동을 위한 식단 구성 등에 대한 방송이었다면 그들의 권위는 더할나위없이 소중한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엉뚱한 분야에 대한 자문을 엉뚱한 사람들에게 구한 뒤, 이들의 권위를 믿지 못하는 것이냐고 호소하는 것은 결코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문제의 반박문에서 제작자는 “일본에서 첨가제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베 쓰카사 씨는…” 이란 표현으로 또 하나의 권위를 호출하고 있다. ‘아버지’란 말만 보면 마치 그가 일본 첨가제의 기반을 닦기라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사실 종합상사 식품과 출신의 사회운동가일 뿐이며, 그 칭호는 자칭이라고 한다. 부적절한 수사를 이용한 부적절한 권위의 호출이다.

방송은 다양한 가설을 제시하고 복합적인 작용을 추정하는 전문가의 의견에서, 적당히 앞뒤를 잘라내어 이야기를 몰아 가설을 만들고 실험을 설계한다. 실험의 형태는 엄밀하지 못하고, 심지어 육포 공장에 가는 것을 반증으로 삼기까지 한다. 실험은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으나 그 진행은 부실하며, 그 결론은 아무래도 두루뭉술하기만 하다. 나올 만한 결론은 온데간데없고 자극적인 영상 효과와 자극이 공포만을 부추긴다. 공개된다던 추악한 비밀은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에 대한 제작자의 항변에서는 부적절한 권위에의 호소가 남발되고, 가상적 진영논리가 동원되며, 심지어 인신공격 등 시민적인 정중함과 거리가 먼 태도까지 동원된다. 비판에 대한 합리적인 반박과 현실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검증보다, 단순한 승패구도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방식이 손쉬운 감정에 대한 호소와 동원의 유혹 에 빠져 도리어 건설적 논의와 담론 구축을 어렵게 하는 역기능을 발생시키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그들은 “과연 패스트푸드에 곰팡이가 피는 날이 올까요” 라는 질문으로 방송을 끝맺고 있지만, 곰팡이가 핀 패스트푸드는 바로 그 방송 속에 있었다.

  님이 2012/07/05 12:38 에 쓴 글

  하나의 댓글

  1. 결과를 이미 정해놓은 쇼프로의 전형이로군요 ㅡ.ㅡ;;

 댓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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