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의 셜록 : 너희가 이래 버리면 우리는 어떡하니

예전에 썼다가 사정상 출판하지 못했던 글을 뒤늦게 블로그를 통해 출판합니다. 샤이니의 셜록을 소재로 쓴 글이 이제야 나오는 까닭은 대강 그런 까닭.

샤이니가 ‘셜록(Sherlock)’이란 노래를 발표했다. 뭐 ‘클루(Clue)’란 노래와 ‘노트(Note)’란 노래를 섞어 만든 하이브리드 리믹스의 결정판이라나. 아마 기획사에서 만든 것 같은 이 요상야릇한 홍보문구는 집어치우더라도, 이 노래, 꽤 괜찮다. 물론, 취향이야 갈릴 수 있겠지만.

물론 아이돌 가수의 노래가 좀 괜찮다고 굳이 글을 써야 할 마음을 먹은 건 아니다. 사실 더 놀라운 것은, 그 퍼포먼스다. 노래를 분담하는 그룹의 특징을 감안하더라도, 저 격렬한 퍼포먼스를 다섯 명의 멤버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춰 선보이면서도 노래에도 흔들림이 없다. 무대를 종횡무진 날뛰면서도 춤이 전혀 어지러워 보이질 않는다. 누구 하나 대충 하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그 점이라도 꼬투리를 잡겠는데, 보통 사람은 저 춤을 3분간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지쳐 나가떨어질 것 같다.

잘생겼다는 건 거기에 덤… 이라기엔 너무 큰 플러스 요소.

 조각같은 외모와 화려하면서도 안정적인 퍼포먼스, 거기에 흔들리지 않는 발성까지. 이 모든 것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가수들은 소위, 기획사의 ‘연습생’이란 시스템에 의해 길러진다. 이 연습생들은 짧게는 1년 정도, 길게는 십 년 가까운 시간동안 이 모든 것을 훈련받는다. 언젠가 무대 위로 출격할 날만을 기다리며.

그렇게 만들어진 ‘연습생’들이 전부 출격하는 건 물론 아니다. 개중 대다수는 결국 무대 위에 서지도 못한다. 무대에 서는 것은, 그렇게 완벽하게 제조된 이들 중에서도 가장 완벽한 이들이다. 그리고 그 가장 완벽한 이들 중 또 많은 수가, 결국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무대에서 퇴장한다. 이건 말하자면, 아주 효율이 낮은 산업인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번성하면서, ‘실력파’들이 대거 출격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감상하면서 사람들은 놀라워하고 또 감동하기도 한다. 개중에서도 최근 가장 큰 화제가 된 참가자라면 역시 ‘슈퍼스타 K3’의 울랄라세션을 들 수 있겠다. 그들의 ‘미인’ 퍼포먼스는 멋들어진 퍼포먼스와 무대 연출, 안정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보컬로 대단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문제는, 이제 그들이 서야 할 프로 무대는, 같은 퍼포먼스를 몇 번씩 반복해 보여줘야 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아마추어가 저런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곁들여 무대를 선보였다는 것 자체야 물론 놀랍지만, 과연 공중파의 음악OO 같은 프로그램에서 샤이니의 ‘셜록’과 울랄라세션의 ‘미인’을 번갈아 보았을 때, 어느 쪽이 더 눈길을 사로잡을지는… 이건 좀 뻔한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돌의 무대에선 음악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은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인형일 뿐”… 흔한 얘기다. 그리고 의미가 있는 얘기기도 하고. 아무리 봐도 ‘인간다움’과는 거리가 먼 기획사 시스템이 다양한 음악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 속에서 길러진 연습생들이 기술 이상의 감동을 전해줄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극히 확률이 낮은 도박이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완성도를 따지자면, 사실 샤이니는 너무 완벽하다. 개인적으로 외모나 패션에서 묘한 거부감을 느끼긴 하지만(…). 노래, 프로 작곡가에게 받아오니 최고까진 아니라도 나름 잘 뽑혀나온다. 발성, 안정적이다. 춤, 격렬하고 화려하다. 멤버간의 호흡, 완벽하다. 게다가 잘 생기고 몸까지 좋다. 이런 걸 보다가 애매하고 어색한 퍼포먼스를 보면 성이 차지 않을 것이다. 가끔은 뛰어난 기술 그 자체가 경탄과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샤이니의 ‘셜록’이 그렇다.

이건 역설적인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샤이니의 ‘셜록’을 보고 나서는 엔간한 퍼포먼스는 눈에 차지도 않는다. 재미가 없다. 하지만, ‘셜록’은 기술적인 경탄을 불러일으킬 뿐, 노래 그 자체로부터 느껴지는 깊은 감동까지는 주지 않는다. 음악인이 자신의 뼈와 살을 깎아가며 만든 노래를 듣고 싶다. 그런데, 뭐 이소라나 이승열 쯤 되는 –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기도 하고, 경험도 능력도 보통이 아닌 그런 음악인이라면 모를까, 엔간한 팝 음악인의 엔간한 퍼포먼스는… 또 재미가 없다. ‘셜록’처럼 충실하지가 않다.

고등학교 시절에 나는 핑클 팬이었다. (사실은 지금도 이효리 팬이다. 광팬이다.) 그때는 참 편했다. 핑클은 사실 노래를 영 못 했으니까, 심지어 메인 보컬이라는 옥주현마저도. (물론 지금의 옥주현은 그때의 옥주현과 차원이 다르다.) 춤을 잘 추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핑클의 멤버였던 이진씨는 요새도 몸이 뻣뻣하기로 유명하다. 뭔가 어색하고 설익은 퍼포먼스는, 예쁘고 풋풋한 그들의 몫이었다. ‘진짜 팝’을 듣는다는 사람들은 이름도 알 수 없는 요상한 사람들의 음악을 들었다. 이효리’님’께는 죄송한 일이지만, 그게 사실 구분이 됐다.

그런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뻔한 비유를 동원하자면, 샤이니가 내 ‘메마른 감정을 촉촉히 적셔줄’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샤이니가 부르는 이 기묘한 추리극 대신, 좀 더 감성을 직격하는 노래가 듣고 싶다. 그런데… 나름 음악에 애정이 있고 스스로 음악을 해 나가는, 소위 ‘뮤지션’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음악과 그 퍼포먼스를 봐도, 샤이니의 ‘셜록’을 볼 때 느껴지는 그 경탄 이상의 감동이 느껴지질 않는다.

개인적인 감상을 벗어나 넓은 시야로 보자면 더 그렇다. 기획사의 연습생 시스템이 이렇게 완벽하게 갖춰지고, 여기에서 이토록 완벽하게 조각된 가수들이 쏟아져나오는데, 과연 참신한 음악, 새로운 시도가 나올 수 있는 토양이 갖춰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당장 그 기획사의 아이돌이란 팀이 이렇게 완벽한데, ‘다른 음악’을 추구하는 사람이 얼마나 나올 수 있을까. ‘다른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사랑받을 수 있을까. 더 직설적으로 얘기해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후광 없이도 울랄라세션이 빛을 볼 수 있을까.

사실은, 나조차도 잘 모르겠다. 흔히 하는 얘기로 음악의 다양성이 중요하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선보여져야 한다고 하지만… 내가 듣기에도 ‘셜록’에 비하면 뭔가 어색하고, 뭔가 설익은 느낌만 든다. 그러게 이보게들 샤이니 친구들, 너희가 이렇게까지 빠지는 거 없이 완벽하게 모든 걸 다 해 버리려고 하면, 우리는 도대체 어떡하란 말인가. 대체 뭘 하란 말인가, 뭘 들으란 말인가.

“샤이니의 셜록 : 너희가 이래 버리면 우리는 어떡하니”에 대한 4개의 댓글

  1. 오디션 프로그램의 음악에 감동하는게 아니라 사연에 감동하는건데 그걸 음악에 감동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보이니 말이죠
    그런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보다 중고참 아이돌의 실력이 월등함에도 아이돌에 대한 평가가 박한 건 소위 ‘매니아’ 들의 폐해도 크죠
    말씀하신대로 샤이니는 정말 잘하는 아이돌인데도 말이죠

  2. 핑백: 민노씨.네

댓글 남기기